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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4 [해준백기] 짙은 마음

 

 

 

 

 

 

 

 

 

 

짙 님의 생일 축하 및 티스토리 초대장 감사 선물입니다!!

 

 

 

 

 

 

 

 

 

 

 

 

 

 

 

 

 

 

 

 

그 날은 뜻밖의 외근이 있던 날이었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당신을 데려가서 인수인계를 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 탓에 입었던 코트가 더워서 한 쪽 팔에 걸쳐야만 했다. 간간이 맡은 일에 대한 당신의 질문에 답하며 조금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빠른 내 걸음에 맞춰 대화는커녕 따라오기 바빴을 것을 알아 기분이 새로웠다.

 

팀에 적응한 당신은 빠르게 발전했다. 일처리가 능숙해 지면서 작은 일도 맡기기 미심쩍었던 시간을 지나 어떤 일이든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불러 왔다. 그런 것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당신이 가진 스펙이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돌아오기는 했지만 당신은 걸어야 할 길 위에 다시 섰다.

 

꽃처럼 피었구나.

 

분홍빛 벚꽃이 갑자기 분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중에 당신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하얀 피부에 말간 웃음을 띠우며 날리는 꽃 속에 서있는 모습을 보니 그 생각만이 절로 떠올랐다.

 

이전과 바뀐 당신의 상황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신의 미소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몇 날 며칠 동안 떨어지는 꽃과 당신이 서있는 장면을 꿈꾸어야 했다.

 

그리고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당신과 단 둘이 차를 타고 있었다. 회사에서 내준 차를 끌고 포항으로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처음 가는 출장에 당신은 묘하게 들뜬 표정이었다. 한편으론 뭔가 더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인 양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그게 퍽 귀여워 소리 내어 웃으니 동그란 눈이 따라 붙었다.

 

얼굴이 굉장하네요.’

?’

목숨이라도 건 것 같습니다. 그냥 출장일뿐인데요.’

…….’

 

당신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후 다른 대답 없이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대하는 당신의 조심스러운 태도 중 하나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것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놓고 나를 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해요. 그러니, 특별히 더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는 말의 뜻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함이 고개를 들었지만 당신의 목소리에 이내 가라앉았다.

 

감사합니다.’

 

닿았다. 당신에게 내 뜻이 곧바로 갔다. 내가 잘 말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잘 알아들었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얼굴에 전혀 표가 나지 않아 어쩐지 속상하기도 했다. 그즈음의 나는 당신이 내 태도 하나하나를 오해할까 걱정하곤 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포항에서의 일은 순조로웠다. ‘너무라는 표현을 써도 아깝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끝났다. 찬란한 4월의 햇살이 따스했고 시간은 오후 3시였다. 전화로 하는 간단한 보고의 끝에 과장님은 퇴근을 말했다. 서울까지 올라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편의를 봐준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건데 충동적이었다. 차에 탈 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만약 당신이 창문 밖 벚꽃을 보고 있지만 않았어도 나는 입을 열지 않았을 거다.

 

군항제 기간이라는 군요.’

벌써요?’

 

당신은 토끼 같은 앞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입을 헤 벌렸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치아 두 개가 눈에 보이면 참을 수 없어지는 순간이 많은 나였다. 그래서 입을 맞출 적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건 아직까지도 비밀이다.

 

.’

한번도 가본 적 없습니다.’

그래요?’

. 사람 많을 것 같고, 치이기 싫고.’

경치는 끝내준다더군요.’

그렇다더라고요.’

 

단순히 대화를 하려고만 했었다. 그렇게 웃는 건 지금도 반칙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갈까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나를 향했다. 간질거리는 속에 핸들을 힘껏 잡았다.

 

?’

진해면 코앞입니다. 구경 가겠어요?’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당신이 우리나라 지리에 밝진 않아 몰랐겠지만 포항에서 진해는 코앞 운운할 거리가 아니었다. 긴장으로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거절에 대한 방어책은 생각하지도 못 했다. 분명히 우스워 보일 일인데 뻔뻔한 낯짝은 일말의 틈도 허락지 않았다. 그에 당신이 지레 겁먹고 물러설까 걱정이 되었다.

 

…….’

 

벚꽃 잎보다 붉게 물든 볼이 정말로 예뻤다.

 

도착하면 12시가 넘겠는데요.”

 

입 안 가득 넣었던 면발은 이내 목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비어진 그 속으로 내 혀를 넣고 간질이고 싶다 말하면 당신은 그 때만큼 발갛게 달아오를 거다. 보고 싶다.

 

서울에서 진해는 머니까요.”

그래도 좋습니다.”

 

대리님이랑 여행이라니.

 

퇴근 하자마자 출발해서 아직도 양복 차림이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도착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느라 먹던 우동도 그대로다. 사귀기 시작한 후로 나는 당신과 뭐든 맞춰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 역시 식사를 멈추고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 간다.

 

그 날, 당신에게 진해에 가자고 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1년 간 보아 온 당신의 모습을 전혀 몰랐을 테니까. 나 아닌 누군가가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끔찍한 상상에 부르르 몸을 털었다. 내 행동에 의아함을 품은 눈가를 살짝 쓰다듬었다.

 

먹어요. 식으면 맛없습니다.”

!”

 

손길이 멀어지자 환하게 웃어 온다.

 

 

 

 

 

 

 

 

 

 

 

 

 

 

 

저요,”

 

이제는 어느 휴게소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벤치에 앉았다. 새까만 하늘을 보며 조용히 홀짝이던 당신이 코를 찡긋거렸다.

 

“1주년 기념 여행이 진해라서 좋습니다.”

멋대로 정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그게. 그러니까…….”

 

손안에 컵을 빙글빙글 돌리며 이어지는 말이

 

, 여행. 이었잖아요.”

…….”

대리님이, 손도 잡아 주고.”

 

이렇게나 어여쁘다.

 

맞잡은 손에 깍지를 끼며 나를 따라 온다. 숨이 차는지 눈썹이 모인다. 힘을 줘 가까이 당기면 살포시 휘어지는 입술이 달다.

 

내 인생에 당신 같은 사람이 또 나타날까 싶다. 아니,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생을 살면서 두 명이나 만나고 싶지 않다. 당신이면 충분하다. 당신 밖에 없다. 오로지 당신만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당신으로 가득 차고 싶은 나를 질려 할 때까지 보여주고 싶다. 그러지 못해서 항상 부족하다.

 

하고 싶어.”

…….”

 

이렇게 잠깐의 침묵에도 마음을 졸인다.

 

……그런 거,”

…….”

망설이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이 나를 끌어당긴다.

 

 

 

 

 

 

 

 

 

 

 

 

 

 

 

 

 

 

 

 

+

 

 

그런데 생일은 이미 지나고……. 죄송해요, 늦어서8 - 8

 

 

 

 

 

 

 

 

 

 

Posted by 켠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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